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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무빙 vs. 미국 히어로즈: 문화가 초능력을 해석하는 방식

by 드라마쌈장 2025. 5. 22.

(드라마 주제 블로그 특성상 일부 스포일러 주의!)

오늘날, 슈퍼히어로 이야기는 헐리우드의 범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의 《무빙》과 미국의 《히어로즈》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접근 방식은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뚜렷하게 다르다. 이 두 작품은 힘, 유대, 그리고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전통과 역사 속에서 풀어내는지를 보여준다.


가족 중심 vs. 집단 중심 이야기

《무빙》과 《히어로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정의 중심에서 나타난다. 2023년에 방영된 《무빙》은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이야기의 중심은 ‘가족’이다. 각 캐릭터의 초능력은 부모의 유산과 연결되며, 사랑, 보호, 세대를 잇는 아픔 같은 주제를 탐색한다. 김봉석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고, 장희수는 어머니에게서 유전된 자가 치유 능력을 지녔다. 이처럼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이 《무빙》의 핵심이다.

반면, 《히어로즈》(2006)는 집단 중심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대부분의 캐릭터는 처음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이며, 이들을 엮는 연결 고리는 운명과 생물학적 신비에 가까운 설정이다. 피터 페트렐리, 히로 나카무라, 클레어 베넷과 같은 인물을 통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이 힘을 합쳐 세계적인 재앙을 막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히어로즈》는 친밀한 가족 유대보다는 공동 책임을 강조한다. 이는 개인의 독립성과 팀워크가 공존하는 미국식 세계관을 반영한다.


감정 vs. 무게로 표현된 능력

두 시리즈는 초능력을 시각적·서사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무빙》은 능력을 감정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비행은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자유와 두려움의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희수의 자가 치유 능력은 그녀가 감당해내는 고통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처럼 《무빙》의 초능력은 사적인 감정과 깊은 연결이 되어 있으며, 마치 신성한 무엇처럼 묘사된다. 액션 장면도 감성적인 드라마와 결합되어 한국식 서사의 특성인 ‘감정의 진폭’을 강조한다.

반면, 《히어로즈》는 전형적인 미국 만화책 스타일의 시각적 구성과 이야기 전개를 따른다. 능력은 무거운 책임이자 혼란의 원천으로 묘사된다. 시간여행, 염력, 독심술 등은 서스펜스와 액션의 중심이다. 특히 히로의 시간여행은 감정적이면서도 윤리적인 딜레마를 동반하며, 거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모험으로 연결된다. 이 시리즈는 힘이 사람을 고립시키고, 심리적인 고통이나 권력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그린다. 이는 권위에 대한 불신, 개인과 시스템 간의 충돌이라는 미국 사회의 철학을 반영한다.


동서양 문화가 반영된 시선

《무빙》은 한국의 역사적 고통, 특히 냉전 시기의 흔적과 남북 분단의 현실을 이야기 속에 녹여낸다. 과거 정부 요원으로 활동했던 부모 세대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숨으며 살아간다. 이는 전쟁 이후 형성된 정부에 대한 불신과 희생을 감내하는 한국 사회의 정서를 반영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 속에서 인내와 헌신이 핵심 키워드다.

반면, 《히어로즈》는 9/11 이후의 미국 사회 불안을 배경으로 한다. 감시, 통제, 그리고 사람들이 도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야기 곳곳에 깔려 있다. 초능력자를 사냥하는 비밀 조직은 같은 시대 미국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림자 정부나 정보기관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히어로즈》는 "평범한 사람이 너무 강한 힘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론: 누가 진짜 영웅일까?

두 작품 모두 ‘희생’, ‘정체성’, ‘책임감’이라는 시대를 초월한 주제를 중심에 둔다. 《무빙》은 가족 유대를 중심으로 관객의 감정을 끌어당기며, 《히어로즈》는 다양한 인물이 겪는 위기와 스릴 넘치는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들은 ‘초능력’이라는 같은 개념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감성적이고 가족 중심의 이야기를 원한다면 《무빙》이 제격이다. 반면 빠른 전개와 반전, 다채로운 인물 간의 얽힘이 있는 서사를 선호한다면 《히어로즈》가 더 어울린다.

이 두 드라마는 초능력은 비현실적일지 몰라도,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은 실제로 존재하며 각 문화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