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제 블로그 특성상 일부 스포일러 주의!)
성장 드라마는 오늘날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한국의 《이두나!》(2023, 넷플릭스)와 미국의 《The Sex Lives of College Girls》(2021–, HBO Max)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두 드라마는 모든 젊은 세대가 마주하는 공통된 주제—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복잡한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사랑과 의심, 목표, 그리고 어른이 되는 두려움을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줄거리 들여다보기
《이두나!》는 조용한 성격의 대학생 원준이 갑작스럽게 은퇴한 전직 K-팝 아이돌 이두나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각자의 문제와 사회적 시선, 그리고 서로 너무나 다른 삶의 방향 속에서 유대감을 형성해간다.
반면 《The Sex Lives of College Girls》는 가상의 에식스 대학에 입학한 1학년 신입생 네 명의 좌충우돌 대학 생활을 따라간다. 어색한 데이트, 학업 스트레스, 사회적 도전과 자아에 대한 의심 등,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대학의 시작을 그려낸다.
문화적 맥락과 정체성 찾기
두 드라마 모두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만,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그 방식은 다르다.
《이두나!》는 한국 사회의 기대와 압박이 핵심이다. 두나가 아이돌이라는 삶을 내려놓은 것은 단지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상품처럼 소비되는 연예계 시스템에 대한 반항이다. 그녀의 고군분투는 명성과 자기 경계, 그리고 자존감이라는 더 큰 문제들을 드러낸다. 원준은 그런 사회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을 대변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조용하고 사색적이며, 한국 멜로드라마 특유의 잔잔한 슬픔을 품고 있다.
반면 《The Sex Lives of College Girls》는 더 유쾌하고, 어색하고, 성적인 방식으로 자아를 표현한다. 미국 Z세대의 다양한 모습—특권, 페미니즘, 인종, 성 정체성—을 자기 인식과 아이러니로 풀어낸다. 깔끔한 결말은 없지만, 혼란 그 자체를 배움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주인공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공통된 주제, 각기 다른 목소리
《이두나!》는 감성적이고 어두운 톤을, 《The Sex Lives of College Girls》는 유머와 재치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럼에도 두 드라마는 청춘의 혼란스러움을 공통된 언어로 담아낸다. 두나는 자신의 유명세를 넘어선 정체성을 고민하고, 《College Girls》의 벨라는 페미니스트 코미디 잡지를 만들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다.
극 중 두나가 “그냥 아무 소리도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에식스 대학의 누군가에게도 똑같이 울림이 있다. 주변의 소란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자 하는 모든 청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이 드라마들이 특별한 이유
이 두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는 이유는 청춘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사랑과 재미만이 아닌, 불확실성과 자아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 찬 시기로서의 ‘성장’을 묘사한다. 성장한다는 것은 모든 걸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심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조용한 서정미의 《이두나!》를 선호하든, 발랄하고 대담한 《The Sex Lives of College Girls》를 선호하든, 두 작품은 청춘을 목표가 아닌 여정으로 보여준다. 실수와 짧은 행복, 그리고 기숙사 욕실에서 터지는 눈물까지—모든 순간이 성장의 일부가 된다.